베트남어로 30분 동안 피 튀기게 흥정하고 깎은 돈 계산해봄

다낭 오기 전에 유튜브 쇼츠랑 블로그 보면서
'한시장 흥정의 정석' 열심히 정독하고 온 40대 아재입니다.
'보따(비싸요)', '잠쟈(깎아줘요)' 발음까지 완벽하게 숙지하고,
계산기 뺏어 들고 후려치는 법이랑
안 살 것처럼 쿨하게 뒤돌아서서 나가는 척하는 연기까지
거울 보면서 시뮬레이션 끝마치고 당당하게 입성했죠.
원하는 반팔 티셔츠 딱 집어 들고 상인이 계산기에 숫자 찍자마자,
제가 나이 마흔 먹고 아주 혼신의 메소드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혀를 쯧쯧 차면서 "노노, 보따! 잠쟈!" 외쳐주고
계산기 뺏어서 냅다 30% 후려친 금액 찍어 보여줬더니,
상인 이모님이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가슴을 치면서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치더군요.
눈빛으로 팽팽하게 5초간 기싸움하다가
배운 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쿨하게 세 걸음 걸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제발 불러라, 불러라' 주문을 외우는 순간...
뒤에서 "오빠! 오빠 일루와!" 하면서 제 팔목을 낚아채는데,
와... 진짜 카타르시스가 온몸을 관통하더군요 ㅋㅋㅋ
'이게 바로 베테랑의 흥정이다' 속으로 환호성 지르면서
비장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최종 승리의 악수를 나누고 결제했습니다.
쇼핑백 손에 쥐고 의기양양하게 밖으로 나와서,
시원한 카페 에어컨 바람 쐬면서 땀 닦고
내가 도대체 얼마나 엄청난 금액을 아꼈는지 확인하려고
폰 계산기를 딱 켰습니다.
원래 부른 금액에서 치열하게 밀당해서 깎아낸 돈: 12,000동.
...원화로 환산해 보니까 딱 650원이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순간 뇌 정지 와서 계산기 화면만 1분을 멍하니 쳐다봤습니다.
한국에서는 편의점 비닐봉지 값 100원, 200원 신경도 안 쓰고
배달비 4천 원씩 턱턱 내면서 시켜 먹는 놈이...
다낭 그 찜통더위 시장통에서 땀 뻘뻘 흘려가며,
베트남 이모님이랑 30분 동안 육탄전 벌이고
혈압 올려가며 아낀 돈이 컵라면 한 개 값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미케비치 바닥에 주저앉아서 헛웃음만 터져 나왔습니다.
한국 돈으로 650원 아꼈다고 속으로 "오빠 승리!" 외치며
가오 잡았던 제 자신이 너무 하찮고 수치스럽더군요 ㅋㅋㅋ
형님들... 한시장 가셔서 백 원, 이백 원 깎겠다고
목숨 걸고 기운 빼지 마십쇼 ㅋㅋㅋ
그 땀 흘리고 진 빼는 에너지가 훨씬 비쌉니다.
그냥 대충 웃으면서 적당히 깎아주면 기분 좋게 사고 나와서,
그 체력 아껴뒀다가 밤에 시원하고 쾌적한 룸에서
양주 한잔 맛있게 들이켜는 게 정신 건강에 백배는 이롭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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